“꺄아아아아아!”

저 높은 하늘 위에서 뛰어내린 한 여인의 기분 좋은 비명(?) 소리가 들판을 가득 채웠다.

콰아아아아아 ― !

세찬 바람이 그녀의 전신을 무섭게 때리며 지나갔지만,

“꺄아아아~ 하하하하하!”

그녀의 표정은 그저 한없이 행복해 보일 뿐이었다.

펄럭 ―

지면이 조금 가까워지자 그녀의 등 뒤에 있던 안전요원이 낙하산을 펼쳤다.

타다닥.

살짝 거칠지만 무난하게 착지한 안전요원과 여인.

여인은 안전요원에게 감사 인사를 하며 한 남자의 비명이 울려 퍼지고 있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으아아아아아악!”

여인의 것과는 조금 결이 다른 듯한 남성의 비명 소리.

진심으로 겁에 질린 듯한 그 소리가 여인의 웃음주머니를 또 한 번 터뜨렸다.

“푸하하핫!”

잠시 뒤,

펄럭 ―

낙하산이 펴지며 남성과 안전요원이 착지했다.

“허억… 허억… 허억……!”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남성.

그는 심장을 움켜쥐며 거췬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아니, 여보! 그렇게 새가슴이어서 어떻게 할래?”

여인, 현주가 킥킥대며 남성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그러자 남성, 동석은 몸을 부르르 떨며 치를 떨기 시작했다.

“으으으! 나 다시는 안 해……!”

“아~ 왜~ 한 번만 더 타자!”

현주의 애교 섞인 부탁이 이어졌지만,

“안 해… 절대 안 해… 당신 혼자 갔다 와…….”

동석은 이미 영혼이 반쯤 빠져나간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칫… 치사하게…….”

“…여보, 치사하다고 하면 안 되지. 벌써 5번이나 탔는데!”

“…그런가? 하핫!”

현주가 멋쩍은 듯 뒷머리를 살짝 긁었다.

“에휴…….”

동석은 남의 속도 모르고 해맑게 웃고 있는 현주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장기 휴가를 사용해 전국을 여행하고 있는 두 사람.

두 사람은 전국 팔도를 모두 돌아다니며 갖가지 활동들을 모두 경험하는 중이었다.

“그럼 이만하고 다른 데 갈까?”

“…이번엔 어디 갈 건데?”

“패러글라이딩하러 가자!”

“…어?”

현주가 자신의 핸드폰 속 메모장을 보며 말했다.

그곳에는 그녀의 버킷 리스트가 주르륵 적혀 있었다.

* * *

버킷 리스트(Bucket list).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리스트를 말했다.

한국수호대첩에서 모든 가족을 잃을 뻔한 이후 현실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현주.

사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마자 현주는 그녀의 인생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보통 10가지 전후 정도를 적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무려 수백여 가지나 되는 버킷 리스트를 작성한 현주.

그리고 그 버킷 리스트들은,

“여보, 빨리 와!”

대부분 동석과 함께하는 것들이었다.

터덜터덜.

잔뜩 지쳐버린 동석은 힘없이 현주의 손에 이끌려 따라갔다.

‘어째… 몬스터랑 싸우는 것보다 더 힘드냐…….’

아내의 버킷 리스트를 위해 함께 어울릴 때면 항상 진이 빠지는 동석이었지만,

활짝.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현주를 볼 때마다 도저히 그만하자고 말할 수가 없었다.

지치는 건 둘째치더라도,

씨익 ―

현주의 미소가 그를 웃게 했으니까.

아이가 둘이나 되는 유부남인 자신과 결혼하여 고생을 많이 했던 그녀였다.

남의 자식이나 다름없는 아이들에게 그 누구보다도 정을 붙이려 노력했고, 이제는 자신보다도 더 아이들을 사랑해주고 있는 그녀.

동석은 자신이 스타bj 진 마음의 빚만으로도 언제나 그녀를 위해 한 몸을 던질 각오가 되어 있었다.

동석의 버킷 리스트는 단 하나.

현주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이었으니까.

“후우… 흡!”

동석은 잔뜩 진이 빠졌던 몸에 다시 힘을 불어넣으며 앞서가는 현주의 옆에 따라붙었다.

하지만 곧,